"최재천 교수가 9년간 집필한 역작"
인간사, 불통의 문제가 왜 이리 심각할까? 동물행동학자로서 평생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며 인간 사이의 불통을 고민해온 최재천 교수는 답한다.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고. 전제가 바뀌면 판이 뒤집어진다. 불통이 문제가 아니라 디폴트라면, 불통에 대한 대응은 문제점을 제거하는 방향이 아니라 함께 나은 길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는 이유로 포기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모든 일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높은 실패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더 나은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이 책은 이 질문을 깊이 고민해온 최재천 교수가 내놓은 대답이다.
그의 이번 키워드는 '숙론'이다. 숙론은 말로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뉘앙스가 묻어 변질된 '토론'에서 한 단계 나아간 개념이다. 숙론은 상대를 제압하지 않는다. 숙론은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는 과정이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 숙론이 필요한 이유와 바람직한 숙론 예시, 그리고 자신이 직접 이끌었던 숙론 현장과 원활한 숙론 진행을 위한 구체적 방법 하나하나까지 모두 정리하여 책에 담았다. 우리가 기어코 노력하여 서로 듣고 알고 대화에 성공할 때, 한국 사회는 분열을 봉합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통섭의 과학자 최재천이 다시 던지는 화두, '숙론'의 열풍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휩쓸길 바라며 책을 추천한다.- 편집 주간회의
"무례함은 단호함을 이길 수 없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종종 보게 되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불평하는 사람, 묵묵히 일하는 사람,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사람. 당신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가?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회사로부터 우리가 느끼게 되는 감정의 온도차는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묵묵히 일했더니 업무량이 늘었다거나, 불평을 했더니 업무량에 변화가 생겼다거나... 사실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어느 누구든 불평과 묵묵함의 경계에서 업무에 임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회사든, 개인이든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참기만 하면 답답한 상황은 영원히 계속된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의 저자 샘 혼이 오랜 침묵을 깨고 <말하지 않으면 당신의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로 돌아왔다. 갈수록 무례해지고, 불편한 대화라면 일단 피하고 보는 시대, 저자는 이상적이고 두루뭉술한 조언은 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현실적이면서도 유용한 조언은 무엇일까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화법은 싸워서 이기는 대화나 화려한 언변으로 설득하는 대화법이 아니다. 단호하지만 간단한 한마디 말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상대의 날카로운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대화법이다. 사실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말은 필요하지 않다. 인간관계의 인생을 내가 생각한 모습대로 분명하게 그려나가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책이 될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독서란 책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
2024년 3월 3일 00:00 토트넘 vs 팰리스. 경기 시작이 자정인지라 본경기를 볼 수 없었던 초등생 아들은 일어나자마자 패드를 켜고 EPL 하이라이트를 보더니 환호를 질렀다. "손흥민 EPL 13호골, 공동 6위!" 아시안컵에서 복귀한 후 EPL에서 손흥민의 첫골이었다. 아들은 축구 선수 중에 손흥민을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의외로 '인성'이란 대답이 나왔다. "실력도 월드클래스인데, 인성까지 좋잖아요!" 나는 손흥민이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입니다."
손웅정 감독이 2010년부터 작성해온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김민정 시인과 진행한 인터뷰를 묶은 책. 한국에서 나갈 때마다 책을 한 번에 이삼십 권 챙겨가고, 모자라면 인편을 통해서 받기도 했다는 손웅정 감독은 책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독서를 통해 지금 간절하게 필요한 문장을 찾고 그 통찰을 발판 삼아 지금 처한 상황을 새롭게 보려 했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기본, 가정, 품격, 통찰, 행복 등 열 세가지 키워드를 다룬다. 좋은 책은 세 번 이상 정독하고 중요한 부분은 검정, 파랑, 빨강 볼펜으로 표시를 해가며 더 공부를 해야겠다 싶은 것들은 메모를 하며 전투적으로 책을 읽고 노트에 필사를 했다면서, 노트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 글씨는 쓰는 일과 같았다고 비유를 한다. 축구 인생 50년, 독서 인생 30년, 노트 인생 15년. 이 모든 시간을 가다듬어 지혜로 벼려낸, 지금은 우리가 손웅정의 인생 수업을 경청해야 할 때이다!- 편집 주간회의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신작소설"
<망원동 브라더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신작 소설. 2003년 대전시 구도심에 자리한 '돈키호테 비디오'의 '라만차 클럽'에서 중학생이던 아이들은 돈키호테 아저씨와 한 철을 보냈다. IMF가 쓰나미처럼 스치고 지나간 자리엔 부모의 조기퇴직과 떠밀리듯 개업한 요식업 업장과 필연적인 폐업이 남았고 방치된 아이들에겐 '돈아저씨'와 떡볶이를 먹으며 <고양이를 부탁해> 비디오를 보고 <어린 왕자> 소설을 읽는 시간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돈키호테 아저씨의 산초 역할을 하던 '진솔'은 15년이 지나 다시 대전으로 와서 그때 그 아저씨를 기억해낸다. 외주 프로덕션 6년차 피디로 일하다 조직에 자기 아이템을 도둑맞고 끝내 잘리게 된 솔은 유튜브 컨텐츠로 다시 일어서려 한다. 돈키호테 비디오 자리에 가게만 남기고 사라진 '돈아저씨'의 행방을 찾는 유튜브 컨텐츠가 그의 기획이다.
돈키호테는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라만차와 톨레도, 에스파냐 전역을 달렸다. 시대의 돈키호테 장영수 아저씨를 찾는 솔의 컨텐츠도 대전으로, 서울로, 통영으로 장면을 바꾸며 학생운동, 학원가, 비디오 대여점, 출판사, 영화사에서 펼쳐진 아저씨의 모험을 수집한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필요 없는 강의를 파는 일, 저명한 교수의 이름으로 대리 번역물을 출판하는 일과 타협하지 않아 아저씨는 가는 곳마다 불화했다. 상인들에게 두들겨맞는 돈키호테의 모험을 볼 때처럼, 돈아저씨의 실패는 우습고 애처로워서 끝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저씨를 찾는 여정에 동행한 그 라만차 클럽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솔'에게 변액보험, 경제적 자유, 파이프 라인, 마세라티 같은 단어를 말한다. 그때의 우리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싶어지는 소설. 그 끝에 우리의 '돈아저씨'가 서있을 것만 같다.- 편집 주간회의
"정희원 교수 강력 추천"
"99881234!" 작년에 노년층 사이에서 한창 유행했던 건배사다. 99세까지 팔팔(88) 하게 살다 1,2,3일만 아프고 죽(死)자는 뜻이란다. 쌩쌩하게 오래 살다 고통 없이 죽기, 대부분의 사람에게 삶과 죽음에 관한 가장 큰 범위의 목표일 것이다. 이것은 스탠퍼드 의대의 장수 의학 권위자인 저자, 피터 아티아 박사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25년 연구의 내용을 갈무리하여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사용 설명서를 만들었다. 바로 이 책이다.
존스홉킨스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그는 현대 의학에 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느낀다. 왜 의학은 병 진단을 내린 후 사후 대처를 하는 방식에만 집중하는가. 그것은 오늘날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인 노화, 노화에 따른 만성 질병에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노화에 의한 만성 질환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몸속에서 징후가 시작되고 쌓이다 뒤늦게 가시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의학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운동, 식단, 수면, 정서 건강 등 생활습관을 개인별로 최적화하는 전술과 대처법이다. 단어 하나하나는 건강에 관한 이야기에서 매번 나오는 것들이라 김이 새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뻔하지 않다. 저자가 전문적인 연구 결과로 뒷받침하며 들려주는 이 요소들의 중요성과 개인별 최적화라는 특이점은 우리의 올바른 생활 방식을 긴장하고 점검하도록 만든다. '저속 노화'의 전도사 정희원 교수를 비롯하여 국내의 여러 명의들과 오프라 윈프리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이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편집 주간회의
"마음의 리듬이 시작되는 시간"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600호를 출간한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새로운 빛깔, 하늘색 프레임 안에 바닷빛이 놓였다. '시집 출간 제안을 받고 바로 눈 내리는 곳으로 떠났다'는 시인의 말 첫 줄부터 시인이 맡은 눈냄새가 밀려드는 듯하다. 여행산문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애독한 독자에겐 풍경까지 생생할 외딴 곳에 우리가 놓인다.
어디쯤 오고 있나요
나는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가능성> 부분
'더 사랑해야 할 몇몇 얼굴들을 생각하다가' (<기차표>) / '결국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지만 혼자 서 있었다' (<줄>)고 나는 적는다. '오래 액자가 걸린 자리에 사각의 자국이 남겨져 있'(<상실의 배>)다면 나는 바라볼 뿐이다. 이 자국이 놓인 자리에 시 말고 더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사랑과 나의 거리가 멀고, 우리가 멀기에 비로소 발생하는 리듬이 있다. 그러니 해설에 더한 이광호의 문장처럼 적을 밖에. '그리고 이병률이다. 말이 더뎌지는 순간이야말로 그 마음의 리듬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라고.(171쪽)- 편집 주간회의
"율의 시선을 따라가면"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의 신발 뒤축을 자주 본다. 걸음걸이에 따라 직업에 따라 신발의 모양은 다 다르다. 그 뒤축은 신발과 또 다르다. 가장자리가 닳아 있거나 세월에 따라 해어진 가죽과 천들... 모르는 사람의 신발 뒤축만 보아도 꽤나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타인과 절대 눈을 맞추려 하지 않으며 친구들과도 피상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는 '안율'도 비슷하다. 꽁꽁 숨겨 왔던 상처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사람의 발만 보는 아이. 어느 날 자신을 북극성이라 부르라는 '이도해'를 만난다. 어쩐지 이 애와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도해와 안율은 다른 듯 비슷하게 특이하고 이상하니까. "비정상이라는 말이 그리 좋은 뜻이 아닌데도 이도해는 그 단어를 꼭 칭찬처럼 내뱉"는다.
백온유 작가는 "지금껏 조명되지 않았던 연약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인 작가의 다정함에 찬사를 보낸다."며 추천사를 남겼다. 읽다 보면 율이처럼 시선이 바닥에서 하늘까지 올라가는 걸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편집 주간회의
"김상욱, 정재승 강력 추천"
결혼 상대의 선택과 임신, 출산의 과정에 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오로지 마음의 속삭임과 이성의 결정에 따랐다고만 생각한 선택들인데 그 배후엔 항상 마음과 이성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유전자의 조종 범위가 실은 사랑과 혐오라는 일차원적 감정의 영역을 넘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까지 닿는다면 어떨까? 지금부터는 조금 심각하고 섬뜩해진다.
이 책은 오래 묵어왔고 여전히 가장 문제인 여러 사회 문제들, 이를테면 불평등한 경제, 혐오 정치, 착취 사회, 능력주의 문화 등을 유전자의 관점으로 살펴본다. 유전자가 인간에게 심은 생존 본능과 번식 본능은 어떻게 사회문제들로 이어지는가? 책은 수많은 최신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민감한 이슈들을 거침없이 정면돌파한다. 저자는 직선적 태도와 흔들림 없는 문체로 과학이 해석하는 사회를 흡입력 있게 들려준다. 이기적 유전자, 그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독자들은 이 책에서 바라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욱 교수가 "한마디로 진짜가 나타났다."는 말로 강력 추천했다.
- 편집 주간회의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미국 남부 애팔래치아 산악지대의 어느 시골 마을, 허름한 트레일러 주택에서 소년은 태어났다. 알코올과 약물 중독자인 십대 미혼모 엄마는 집에서 혼자 아이를 낳다가 정신을 잃었고, 엄마의 배속에서 나와 아직 양막에 쌓인 채 그 안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발견한 것은 이웃집의 페곳 아주머니였다. 소년은 DC보다는 마블 - 그중에서 울버린을 가장 좋아했고, 페곳 아주머니의 손자 메곳과 어울렸다. 태어나기 전 사고로 죽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구릿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은 본명인 데이먼으로 불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의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다.
라이터스 다이제스트 선정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가’이자 미국 국가인문학훈장 수훈 작가 바버라 킹솔버의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19세기의 제도적 빈곤과 그로 인한 아동 학대의 생존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현대 독자의 감성에 맞추어 다시 썼다. 킹솔버는 최악의 난과 위기들이 패키지처럼 펼쳐지는 가운데에서도 결코 신랄한 재치와 생존을 위한 맹렬한 의지를 잃지 않는 데몬의 눈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현대의 ‘진짜’ 가난, 구질구질한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약쟁이한테서 태어난 아이는 약쟁이가 된다.’는 자조적인 독백에도 불구하고, 삶의 위기에 맞서는 데몬에게는 그의 삶을 지켜보게 만드는, 그래서 800페이지가 넘는 책장을 끝까지 넘기게 만드는 거침없는 힘이 있다.
작가는 말한다. “어두운 곳에서 매일 배고픈 채 깨어나는 아이들, 가난과 약물에 가족을 잃고, 담당관은 계속해서 그들의 서류를 잃어버리며, 투명 인간이 되었거나 투명 인간이 되고 싶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너희를 위한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매일의 삶을 사랑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매일 아침 알람으로 눈을 뜨고 회사로 출근했다 집으로 돌아온다. 주말이 되면 살짝 들뜨지만 설렘은 오래가지 않는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급격히 사그라든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일주일을 준비한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고, 분기가 가고, 그렇게 한 해가 흐른다. 그러다가 문득 두려워진다. 나, 잘 살고 있는 걸까?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의 저자 김신지가 바로 이 같은 질문에 이 책을 통해 답을 준다. 24절기가 주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잘 사는 것이라고. 저자는 24절기에 따라 1년을 살아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청명 즈음에는 꽃비를 맞으며 산책하고, 하지에는 제철 감자로 요리를 해보고, 입동에는 그간 뜸했던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며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해 본다.
이 계절에 맞는 꼭지를 읽어도 좋고, 곧 다가올 그리운 계절을 그리며 그에 맞는 글을 읽어도 좋은 책이다. 곧 다가올 소만 즈음에는 (2024년엔 5월 20일.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로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계절) 나만의 여름 맞이, 매실을 사다 깨끗한 유리병에 설탕과 함께 차곡차곡 담아야겠다. 그리고 잠시 오늘도 수고한 나를 토닥여 줘야겠다.- 편집 주간회의
"출격, 화제의 소설가 김기태의 시작"
2024년 드디어 출격하는 김기태 첫 소설집. 김기태는 2024년에도 <보편 교양>으로 젊은작가상을, <팍스 아토미카>로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문장 웹진 연재 당시 SNS 등에서 화제가 되어 이 소설로 이 작가를 이미 알고 있는 눈 밝은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2020년대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게 될 작가, 김기태의 세태소설이 도착했다.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유구한 2인조의 사례를 굴비 엮듯 엮어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쏜다. 인터내셔널의 설계자 마르크스와 엥겔스, 함께 '위 아 더 월드'를 작곡한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 컨츄리꼬꼬와 다이나믹듀오를 지나 우리가 알게 될 2인조가 있다. 서울 동북부의 한 중학교에서 권진주와 김니콜라이는 사회적배려대상자인 처지가 같아 서로를 알게 됐다. 취약가정에서 자랐고 지금은 마트 직원이 된 권진주와 러시아 이민자 4세대로 태어나 공장 노동자가 된 김니콜라이는 경기도 동남부의 한 도시에서 정착해 성인이 된 후 서로를 자세히 알게 된다. 가성비 좋은 식당을 다니고, 펭수 이모티콘을 주고 받으며, '좀 치네?', '오히려 좋아' 같은 동시대의 말을 쓰는 이 사람들도 인터내셔널의 설계자들만큼이나 천상천하유아독존인 독보적인 2인조라는 것을 납득할 때 즈음,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이 뭉클하게 새어 들어온다.
어떤 코미디에는 웃을 수 없다. 강자를 놀리는 건 풍자지만 약자를 조롱하는 건 폭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표준에서 벗어난 외모, 소외된 거주지, 특이한 취향 등을 이유로 놀림받을 때 그 웃음소리들 사이에서 표정을 굳히는 당신이라면, 꼭 나처럼 '입미진오'(입가에 미세한 진동도 오지 않는다의 줄임말)인 사람과 눈이 마주치길 기다린 당신이라면 반드시 이 소설의 개그 톤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에 스스로 출연한 사랑스러운 여성 '맹희'의 롹스피릿이 가득한 <롤링 선더 러브>와 외국소설의 기척이 느껴지는 소설 <전조등>등 각 작품 간 간격이 다채로워 꼭 단품이 아닌 맡김차림 형태로, 소설집으로 한 권을 잡솨보시길 권한다. 한 번 맛을 보면 당신은 이 작가를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왜 다시 '몰입'인가?"
텅 빈 어느 사무실, 홀로 켜진 스탠드 아래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한 사람. 풀어헤친 넥타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셔츠, 돌돌 걷어 올린 소매, 초췌한 모습이 역력하지만 눈빛은 예리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작은 창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걸 느끼고 나서야 지금이 언제인지 자각하고는 한마디 내뱉는다. "벌써 아침이군." 드라마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이 장면은 주인공의 멋진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겠지만, 여기서 나는 다른 부분에 주목해 본다. 바로 '몰입'. 나의 하루를 돌아봤을 때, 몰입의 순간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되뇌어 보며, 드라마 속 주인공을 꿈꿔 본다.
17년 연속 최장기 베스트셀러의 귀환!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자기계발의 명저 <몰입>이 전면 개정되어 돌아왔다. 단순히 분량을 추가한 것에 그치지 않고,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여 초판의 내용을 전면 업그레이드했다. 이번 확장판에서는 몰입의 기적을 체험한 사례들을 대폭 추가했고, 비약적으로 발전한 뇌과학의 성과들을 반영해 기존의 설명들 또한 상당 부분 보강했다. 특히 저자의 오랜 숙원이었던 몰입에 이르는 단계를 전면 수정해 수록했으며, 몰입의 종류를 약한 몰입과 강한 몰입으로 나눴고 더 상세하게 몰입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변화하는 시대에 현대인들은 편리함을 얻는 대신 집중력을 빼앗겼는데, 저자는 몰입이야말로 집중력을 회복하고 정서적으로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17년 만에 새 옷을 입고 출간된 이유를 설명한다. 김미경, 정희원, 이윤규가 강력 추천했다.- 편집 주간회의
"<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의 사회파 미스터리"
지방 소멸, 고령화, 인구감소…남의 일 같지 않은 우리 사회의 암담한 현실이지만, 일단은 소설의 이야기다. 네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합병해 인구 6만을 유지하고 있는 난하카마시에는 모든 주민이 고령으로 사망하거나 요양센터로 떠난 후 아무도 살지 않게 된 마을 ‘미노이시’가 있다. 새롭게 취임한 시장은 타지역에서 이사 오는 주민을 지원하자는 취지의 ‘I턴 프로젝트’를 시작, 업무를 전담할 ‘소생과’를 신설하며 마을을 되살리기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 공무원 만간지는 소생과로의 전보를 일종의 좌천이라고 여기면서도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을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과연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요네자와 호노부가 드물게 선보이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 소도시를 부흥시키려는 공무원과 희망을 안고 이주해 온 주민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작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는 필치로 담아냈다. 책은 어찌 보면 소소하고 또 우연의 일치에 불과해 보이는 일군의 사건들이 이어지는 단편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종장에 이르러 그 모든 우연처럼 보였던 것이 우연이 아니고, 호의로 보인 것이 호의가 아님을 깨달은 순간, 우리는 놀랍고도 씁쓸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현대 사회의 병폐를 미스터리의 형식으로 담아낸 작가의 놀라운 솜씨에 감탄하면서도, 작가가 던지는 질문의 무게가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그야말로 나의, 우리의 ‘비극’이다.- 편집 주간회의
하나의 장르가 된 ‘장재현 오컬트’
'파묘들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만큼 큰 돌풍을 일으키며 관객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은 영화 '파묘'로 단숨에 하나의 브랜드가 된 '장재현 오컬트'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각본집이 출간되었다. <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은 오컬트 장르 최초로 관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하며 대중의 호응을 끌어낸 '파묘'를 비롯해, 신 앞에 선 나약한 인간의 슬픔을 그린 2019년 작 '사바하', 한국형 가톨릭 엑소시즘으로 꼽히는 2015년 작 '검은 사제들'의 각본을 담았다.
혼령, 정령, 종교, 퇴마, 무속 등 실체 없는 현상에 끊임없는 상상과 정의를 써 내려간 세 작품은 무언가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 상처를 선명히 보여준다. 직접 각본을 집필하기로 유명한 장재현 감독은 이 각본집을 통해 본인의 세계관을 한눈에 보여주며, 인간의 본성부터 역사적 담론까지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곱씹도록 한다. 이미 영화의 매료된 이들에게 영화에서 볼 수 없던 대사와 지문을 만나는 재미와 숨은 의미를 하나하나를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 편집 주간회의